콜럼버스의 발견과 세월호

5 년 전 세월호 사건 직후에 쓴 글이다.
절망의 첨탑 위에 서 있는 듯한 기분으로 기록했다.
지금은 좀 나은 듯 하다.
희망이 없을 때가 가장 힘들다.


사람들은 익숙하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인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한 사실이다. 
주류들이 주도하는 교육에 의해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이와 시각을 달리하면 바보가 된다.
이를 의심하면 부정적이고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이 된다.
유난떠는 사람이 된다.
끈질기게 다른 시각을 제기하는 사람은 사회분위기를 흐리는 정신병자 취급을 받는다.

아메리카 대륙에 존재하던 문명과 원주민 8 천만명의 몰살은 세상의 주류였던 스페인 제국의 '발견'이라는 정의(Definition)로 공기처럼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찢어죽이고 찔러죽이고 태워죽이고 병균으로 죽이고.
자그마치 8 천만명을 죽였는데 말이다.
관점을 달리하면 그게 학살이지 어디 '발견'인가?
그곳에 먼저 자리잡고 살았던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고 '발견'의 대상이었나보다.
그네들이 우리 조선에 먼저 왔다면 우리도 아메리카처럼 발견된 것이겠지. 
그리고, 우리가 믿고 따랐던 왕들은 살진 돼지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강력한 제국에 그 당시 걸리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겨야한다.
적어도 우리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처럼 몰살을 당하지는 않았으니까.
여러 제국들의 경쟁속에서 우린 그래도 운좋게(?) 썩은 동아줄처럼 목숨을 연명하고 있으니까.

유신시대 때 왜 바보처럼 많은 사람들이 독재자의 명령에 따랐을까?
그건 익숙하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 친일파와 독재를 언급하고 끈질기게 대항하는 사람은 별종 취급을 받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냥 상황은 이미 벌어져있었고, 기회주의자 주류 중심으로 모든게 없었던 일처럼 정리되어가고 있었다.
이를 자꾸 건드리는 것을 사람들은 불편해했다.
머리속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을 들추어내는 일.
그것을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백만년만에 네이버에서 뉴스를 봤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댓글들을 살펴 보았다.
그 공간에서 사람들은 마치 이 상황을 피할 수 없었던 자연재해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정부와 그 분이 무슨 죄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나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살짝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아보았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이번 사태의 수습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미숙함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다.
...
...
하이에나도 이런 하이에나들이...
...
내 댓글은 잠시 후 그 공간에서 이리 뜯기고 저리 뜯기고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마음이 착잡하다.
댓글을 지웠다.
그곳에서 내 의견은 중요치 않아 보였다.

세상은 주류들에 의해 흘러간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 그렇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대부분은 주변 세상을 주류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안그러면 삐딱한 것이다.

이 세상의 흘러가는 일들이 당연하다고만 생각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은 요즘이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세월호 사건들은 결코 모두 당연한 것이 아니니까.
이런 상황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기에는 천국으로 간 아이들의 외침이 부끄럽게만 들린다.

세상의 다른 관점을 보고 배우기도 전에.
세상에는 차츰 알아가야할 다른 사실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기도 전에.
어른들이 만든 억압된 교육환경에서 콜럼버스의 '발견'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차가운 물속 눈물로 잠든 우리 모두의 아이들아...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너무나도 안쓰럽고 또 안쓰러워진다.

잘가거라 얘들아...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약속할 수는 없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흐르는 강물속의 모래알 같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바꾸어보려고 노력해보마.

이것이 '나' 라는 어른이 너희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대답인 것 같구나...

천국에서는 공부따위 잊어버리고 마음껏 뛰어놀며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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