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수용소에서

작년초부터 쉼없이 회사일과 공부로 달려온 2 년.
최근 내가 탈이 났다.

이유는 딱 두가지.

건강. 그리고 삶의의미.

갑자기 찾아온 공허감과 원인모를 두려움, 불면증으로 몇 주 동안 고통스런 나날이 계속됐다.

오랫동안 내면의 소리에 진지하게 귀기울이지 못했다.
내게 많이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상처가 곪아온 듯 했고, 이젠 참기 힘들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이러한 마음의 외침이 몸으로도 표출되어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

이번에는 외면하지 않기로 했다.

이해해주고 보듬어주고 어디가 아픈지...
머리가 아닌 가슴 속 울림에 귀기울여봐야지.

갑자기 찾아든 실존적 공허감은 나를 상당기간 무력하게 만들었다.
무기력은 안밖에서 내 어깨로 던져지는 짐들이 실제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이를 정리하지 못하면 어떤 일도 하기 힘들다는걸 잘 알고 있다.
반대로 정성스런 치유의 결과는 나를 더욱 단단하고 알차게 만들 것이다.

예전에 잠시 배워두었던 명상을 다시 시작했다.
어둠속 촛불과 함께 조용한 공간에서의 침묵은 잠시나마 나를 쉴 수 있게 해준다.
생각이라는 굴레를 연기로 흩어보내고, 호흡에 집중한 채 고요함의 매력에 빠져든다.

최근 우연히 내게 다가와 준 책이 하나 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한쪽으로 미뤄두었던 책인데 이제 읽어볼 시기인가보다.
로고테라피의 창시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가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넘나들며 경험한 인간탐구 기록이다.

외부 상황에 의해 인간의 존엄이 철저히 파괴되는 가운데서도, 과연 인간은 존재의 이유를 찾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발가벗겨지고 당연히 누려온 기본적인 욕구들을 철저히 통제당하는 상황.
짐승과의 분리막이 제거되고 모든 것이 까발려져 인간의 바닥이 모두 드러나는 상황.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더더욱 절망스럽고, 한줄기 희망의 빛 줄기조차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도 과연 인간은 자신의 존엄을 지키고, 삶의 의미,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존재의 의미는 우리가 속한 차원에서는 정답을 알 수 없는 문제다.
원숭이는 나름대로 자신의 본능을 표출하고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 입장에서 원숭이는 다만 본능에 충실한 원숭이일 뿐이다.

우리도 원숭이와 같은 입장이 아닐까?
우리가 내리는 순간순간의 선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것이 내가 가야할 방향이고 내 삶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우리의 삶 안에서는 이에 대한 정답을 절대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그냥 믿어야 한다.

삶에서 의미를 찾는 노력을 하면 어떻게든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는 것.
즉, 살아가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절대 생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피할 수 없는 '시련' 속에서도 어떤 선택을 취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어떤 어려움과 고난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찾아야 하고,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꿈을 꾸고, 행복할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영혼의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될 거라는 것.

이러한 믿음으로 무장하고 이 삶을 그 믿음 안에서 가장 값지게 살아내는 것.
이것이 결국 우리네에게 주어진 생 동안 해야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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