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 지침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을 지낸 강원국 님의 '대통령의 글쓰기'라는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 중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글쓰기에 대한 지침들이 눈에 띈다.
글쓰기에 대한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는 듯하여 놀랍고 감동스러워 옮겨적어본다.
당대 최고의 문필가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한 페이지 글쓰기 강의라 하겠다.
죽기 전에 아래 32 가지 지침 중 단 몇 가지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글을 써볼 수 있을까?

일년에 두세번 쯤...
문득 떠오르는 노무현 대통령님의 친근했던 모습에 코끝이 찡해질 때가 있다.
항상 너무나 아깝고 안타까운 존재로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1. 자네 글이 아닌 내 글을 써주게. 나만의 표현 방식이 있네. 그걸 존중해주게.
  2. 자신 없고 힘이 빠지는 말투는 싫네. '~같다'는 표현은 삼가게.
  3. '부족한 제가'와 같이 형식적이고 과도한 겸양도 예의가 아니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 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비유는 너무 많아도 좋지 않네.
  6. 쉽고 친근하게 쓰게.
  7.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보고 쓰게. 설득인지, 설명인지, 반박인지, 감동인지.
  8. 연설문에는 '~등'이란 표현은 쓰지 말게. 연설의 힘을 떨어뜨리네.
  9. 때로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도 방법이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한 킹 목사의 연설처럼.
  10. 짧고 간결하게 쓰게. 군더더기야말로 글쓰기의 최대 적이네.
  11. 수식어는 최대한 줄이게. 진정성을 해칠 수 있네.
  12. 기왕이면 스케일을 크게 그리게.
  13. 일반론은 싫네. 누구나 하는 얘기 말고 내 얘기를 하고 싶네.
  14. 치켜세울 일이 있으면 아낌없이 치켜세우게. 돈 드는거 아니네.
  15.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16. 접속사를 꼭 넣어야 된다고 생각하지 말게. 없어도 사람들은 전체 흐름으로 이해하네.
  17.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18. 상징적이고 압축적인, 머리에 콕 박히는 말을 찾아보게.
  19. 글은 자연스러운 게 좋네. 인위적으로 고치려고 하지 말게.
  20. 중언부언하는 것은 절대 용납 못하네.
  21. 반복은 좋지만 중복은 안되네.
  22. 책임질 수 없는 말은 넣지 말게.
  23. 중요한 것을 앞에 배치하게. 사람들은 뒤를 잘 안 보네. 단락 맨 앞에 명제를 던지고, 뒤에 설명하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을 좋아하네.
  24. 사례는 많이 들어도 상관없네.
  25. 한 문장 안에서는 한 가지 사실만을 언급해주게. 헷갈리네.
  26. 나열을 하는 것도 방법이네. '북핵 문제, 이라크 파병, 대선자금 수사...' 나열만으로도 당시 상황의 어려움을 전달할 수 있지 않나?
  27. 같은 메시지는 한곳으로 응집력있게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28.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쓰는 것이 좋네. 영토보다는 땅, 식사보다는 밥, 치하보다는 칭찬이 낫지 않을까?
  29. 글은 논리가 기본이네. 멋있는 글을 쓰려다가 논리가 틀어지면 아무것도 안되네.
  30. 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31.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은 쓰지 말게. 모호한 것은 때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시대가 가는 방향과 맞지 않네.
  32. 단 한 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되는 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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