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새끼 퇴치법

얼마전에 단독주택인 우리집 천장에 쥐가 살고 있다는걸 알게 됐다.
조용하던 놈들이 어느순간부터 자기들 세상인 양 천장에서 부어라 마셔라 흥청대더니...
결국은 대가리를 내밀고 인간의 공간을 힐끗 훔쳐보다가 울 마눌의 시선과 마주쳤다.

세상떠나가라 악소리 지르던 마눌님이 울면서 업무중인 내게 전화를 했다.
이것들을 물리쳐달라고... 우리 공간으로 넘어오면 어떻게 하냐고...
빨리 손을 써달란다.

난감했다.

어려서부터 시골에서 쥐와는 더불어사는 사이였던지라...
친하게만 지냈지 물리쳐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쩝...

어떻게 한다..?
고민하다가 인터넷을 뒤졌다.

"쥐쫓는 법", "쥐가 싫어하는 것", "천장쥐 퇴치법"...

검색해보니 이미 숱하게 먼저 겪은 선배들의 해결책들이 난무하더라.
걔중에 가장 그럴 듯한 방법..
제리의 영원한 라이벌, 천적... 우리의 톰 고양이소리 앱을 다운받아서 틀어보기로 했다.
기분좋은 소리, 배고픈 소리, 화난 소리... 다양하게..

시험해보니 과연 뛰어다니던 놈들이 한동안 잠잠해졌다.
흐흐흐...
애들도 신나서 무슨 소리만 나면 자동으로 엄마와 내 핸폰을 찾아서 거실이 떠나가라 틀어댔다.
쥐보다 내가 더 듣기 싫을 정도로...;;;
자다가도 고양이 소리 환청이 들렸다. ㅠㅜ

이렇게 몇일 겁주면 지네가 못살겠다 짐싸서 떠나겠지.
이삿짐센터 전화하겠지.
어떤 때는 화난 고양이 소리와 함께 막대기로 천장을 두들기기도 하고 발로 쿵쿵 시끄럽게 구르기도 했다.
역시 잠잠해졌다. 짜식들...

그렇게 상황은 정리되나보다했다.
해결된 것으로 보여 으쓱하며 마눌님에게 술과 맛있는 음식도 대접받았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겠나...
몇일이 지나면 요것들이 또 스리슬쩍 이동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이전보다 과감해진 듯 보인다.
고양이 소리를 틀면 몇시간은 조용하던 놈들이 이젠 잠시 멈추었다가 가던길 다시 가는 듯 보인다.

난 인터넷을 좀더 디테일하게 찾아보고는 절망에 빠져버렸다.
그제서야, 취퇴치법 사용 후의 절망적인 사연들이 눈에 들어온다... ㅠㅜ
하다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업체에 연락하는 사연들이 눈에 들어온다...

헐... 이게 얼마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쥐새끼가 돈과 엮이기 시작한다.
"쥐새끼 = 돈" 이라는 평소 내 생각이 현실화되기 시작한다.
(돈 좋아하는 큰 덩치의 쥐새끼가 대한민국에 한 마리 있다.)
뒷골이 땡기기 시작한다.

쥐는 무척이나 영리하고 조심스러워서 겁을 주면 몇일까지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기도 한단다.
그리고,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위협의 시늉은 자기들 생존에 아무 문제없다는 것을 이내 눈치챈단다.
끝장이다.
이걸 어떡하나...
세상에서 쥐를 제일 싫어하는 와이프의 원성이 귓볼을 울리지만 답이 없다... 멘붕...
난 예전처럼 쥐랑 다시 친해지고 싶었지만 와이프는 너무나 완강하다.

결국 답이 없어서 이렇게 계속사느니 업체에 연락하기로 와이프와 합의했다.
다음날 와이프가 직접 연락해보니 초기 몇번 방문에 20 만원이고 지속적인 유지보수 방문 비용이 별도로 추가된단다.
꼭 IT 쪽만 유지보수 비용이 드는건 아니었구나...;;;
전세로 사는집에서 쥐새끼 퇴치하는데 수십만원을 써야한다니...

난 어쩔 수 없이 업체부르자고 했지만 와이프는 비용을 듣고는 갑자기 결사반대다.
집주인에게 전화한댄다.
(노린내나는 구두쇠 집주인이 이걸 해줄리가...)
난 모르겠다.
그렇게 해보라고 했다.

와이프가 내게 그랬듯 울고불고 쥐가 천장에서 거실로 떨어졌다느니,
이거 애들 건강때문에 어쩌냐느니, 이런집에서 어떻게 사냐느니...
평소 얌전한 와이프였는데...
이렇게 거짓말 살살 섞어서 주인 마음을 돌려놓을 줄 꿈에도 몰랐다.
돈앞에서는 여자들은 최강무적이 된다.

집주인이 처음에는 듣는 척도 안하더니 와이프의 거센 공격에 두손 들었는지,
결국은 알아서 해주겠다고 큰소리쳤단다.
걱정말라고...

그러더니...

다음날 나이 70 먹은 집주인이 어디선가 사다리를 직접 들고 왔단다.
자기가 직접 하겠다고... ㅠㅜ
사다리를 천장쪽에 기대놓고 올라서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ㅠㅜ

보다못한 와이프가 한마디했다.
"그냥 사람불러주시면 안되요?"

집주인도 열받으니까 괜히 마당의 쥐구멍을 찾아다니며 모조리 막아버린다.
입에서는 쥐새끼들 엄청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결국 쥐퇴치전문가는 아니지만 집주인이 이런저런 작업들을 해줄 지인을 불러서 집안의 모든 틈과 구멍을
완벽히 틀어막았다.
와이프도 안심이 된다고 만족해했다.
그렇게 쥐와 우리들의 생활공간은 완벽히 분리되었다.

작업한지 어언 두어달...
요즘 쥐들이 잠잠하다.
이동통로들이 전부 다 막혔으니 어디서 굶어죽었는지 나가버렸는지는 알길이 없다.

결국 쥐새끼들을 퇴치하는건 물샐틈 없는 시스템인가보다.
(나랏일도 마찬가지다.)

그나저나...

내가 아는 또다른 쥐새끼는 요즘 쥐죽은 듯 조용하구나...
지금 시점에서 움직이면 포착된다는걸 직감적으로 알고 있는 영리한 놈.
그 빳빳하던 고개를 내리고 납작 엎드려 있다.

사회악인 요놈의 커다란 쥐새끼는 어떻게 퇴치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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