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편지

아파트 급매. 농지 급급매. 마포 역세권 초급급매.

세계적인 경제 불황 및 금리 인상으로 싸늘히 식어버렸지만 오늘도 사람들은 저마다 땅과 집을 사고 판다. 시골 김노인이 죽고 버려진 폐가는 천만원, 부모에게 물려받은 이모씨의 땅은 수억원의 값어치로 다른 이에게 소유권이 넘겨졌다. 아이들이 모여 공을 차고, 여름 저녁이면 동네 이웃들이 시끌벅적 수박을 썰던 구로동 공터도 결국 누군가에게 수십억에 팔려나갔다. 이 넓은 서울, 아니 지구에는 이제 빈자리가 없다. 이 땅의 모두가 퍼즐 조각처럼 쪼개져 누군가의 소유가 되었다.

문득 땅과 집들이 어쩌다 이들의 것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본다. 그 물건들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떤 것은 수백년 전 빚을 진 양민에게서 냉혹하게 몰수한 양반집 후손의 땅일테고, 또 어떤 것은 소유가 불분명한 것을 약삭빠르게 낚아채어 낼름 자신의 것으로 등록한 것일수도 있다. 아무도 살지 않던 무인도에 깃발을 꽂고 그 때부터 자기 것이라고 우기기 시작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드물게는 사회 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인에게 선행으로 받은 선물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조금의 빈자리도 없이 인간들은 이 모든 땅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소유자 행세를 하고 있다.

현대 세계의 지도국가로서 고상함을 뽐내는 미국이란 나라도 실상은 북아메리카의 드넓은 대지를 약삭빠르게 차지한 약탈자로 시작했다. 자연과 공존하던 원주민들을 총과 균으로 몰살한 후 배부른 돼지가 음식을 탐하듯 아메리카 대륙을 모두 갉아먹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땅들이 원래 자신들의 것이었던 양 소유자 행세를 하고 있다.

"어떻게 당신은 하늘을, 땅의 체온을 사고 팔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생각은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합니다. 우리는 신선한 공기나 반짝이는 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그것들을 우리에게서 살 수 있겠습니까?"
"어떻게 당신은 하늘을, 땅의 체온을 사고 팔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러한 생각은 우리에게는 매우 생소합니다. 우리는 신선한 공기나 반짝이는 물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그것들을 우리에게서 살 수 있겠습니까?"

이 편지는 지금의 워싱턴 주에 살던 수꾸아미 족의 추장 ‘시애틀’씨가 1855년 프랭클린 피어슨 대통령에게 보낸 내용의 일부이다. 땅을 넘기라는 백인들의 요구에 대해 추장은 처음부터 땅을 소유한 적이 없기 때문에 넘길 수 있는 땅도 없다고 말한다. 땅을 넘기라는 사람과 땅을 소유한 적이 없다는 사람. 한쪽은 공존을 원하며 한쪽은 독차지하기를 원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의 역사에서는 공존 세력이 승리를 거둔 예가 많지 않다. 백인이 창조해낸 자본주의는 소유의 모호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구 입장에서 인간이란 존재는 불쑥 튀어나온 도적이자 바이러스일지 모른다. 생명 탄생의 끝자락에 나타나 갑자기 모든 것이 자기 소유라고 우기고 있다. 아무리 각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만 착각하지는 말자. 이 지구상에 인간이 소유권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기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 하나까지도 원래 우리 것이 아니다. 탐욕으로 니것 내것으로 갈기갈기 갈라놓았지만 태초부터 이 땅의 주인은 지구이고, 생명 모두가 충분히 쓰고도 남을만큼 기꺼이 빌려주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우리에 대한 지구의 끝없는 인내와 배려를 생각하면, 평당 천만원이니, 내 아파트는 10억원이니 하는 인간의 천박한 계산들이 얼마나 낯뜨겁고 부끄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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