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에게 떠넘기기

큰일이다. 가을이 순삭되고 갑자기 찾아온 겨울같은 기온 탓에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너무 힘들어졌다. 포근한 이불에서 발가락 하나 빼내는 것도 힘이 든다. 기상 알람을 한시간이나 늦춰두었는데도 소용이 없다. 시끄러운 알람을 끄고 뭉그적대는 시간만 30분이다. 안방의 공기가 차가운 것도 한 몫을 한다. 우리집은 아파트 건물의 끝 라인이라서 겨울이 되면 방의 공기가 썰렁해진다. 이불 안쪽과 바깥쪽 공기의 온도차가 심하니 보온의 방어막을 발길로 걷어차는 일은 슈퍼 초울트라 하이퍼캡숑 의지력이 필요하다.

나는 아침시간을 꼭 활용해야하는 생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업무 이외의 무언가를 더 하고 싶다면 아침에 해야 한다. 업무가 끝난 이후는 밥먹는 일, 술 마시는 일, 책 읽는 일 이외에 아무 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하기가 싫을 뿐 아니라 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초저녁잠이 많아 저녁식사를 마친 후에는 눈꺼풀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리고 하루종일 모니터와 눈싸움을 하고 나면 저녁 무렵에는 안구가 건조해지고 피로해서 공부고 뭐고 다 귀찮아진다. 그나마 에너지가 보충된 아침시간에 글쓰기나 자기계발을 해두지 않으면 일이 일상의 전부가 된다. 당연히 그렇게 살기는 싫으므로, 오늘도 내 몸을 착 감고 잡아끄는 유혹의 이불을 끙~하며 걷어찼다.

아침 공부와 글쓰기를 하고 나면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 아침 운동. 이번에는 이불이 아니라 현관문을 뚫어야 한다. 이불 안쪽과 바깥쪽의 공기가 아니라, 집안과 실외 공기의 차이가 나를 또 한번 고심하게 한다. 세상은 뭐가 이리 장벽이 많은지. 그냥 다 술술 풀리고 물 흐르듯 진행되면 좋으련만 내 몸의 현상 유지만 하는데에도 이렇게 커다란 의지가 필요하니 참 야속하기도 하다.

날씨 때문에 아침부터 이래저래 투덜대며 시작한다. 너무 일찍 찾아온 추위가 달갑지도 않거니와, 매일매일 무언가를 바지런히 해내야하는 삶에 대한 투정의 마음도 있다. 이불속에 포근히 누워서 여유를 좀 즐기는게 뭐가 그리 대단한 호사라고. 오늘도 이렇게 내 머리 속에서는 천사와 악마가 늘 그렇듯이 시끄럽게 투닥거린다. 날씨를 탓하며 어리광을 부리긴 했지만 그 투덜댐이 가리키는 곳은 결국 내 자신일지도 모른다. 고작 몇도 차이의 기온에도 들쑥날쑥하는 내 간교한 마음이 보이기 때문이다. 작은 외풍에도 갈대처럼 흔들리는 모양이 스스로 미덥지 못한거다. 에고, 날씨 탓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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