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내가 강제로 책을 읽게 하는 방법

SNS 친구분이나 책의 글을 읽다보면 내 눈에 확 들어오는 좋은 책을 추천하는 경우들이 많다.
사람도 누군가에게 특별히 끌리듯이 책도 마찬가지.
끌리는 대상은 인문서적인 경우도 있고 전공서적인 경우도 있다.

끌리면 나는 일단 주문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내 책상 위 바로 왼편에 쌓아둔다.
책 제목이 나를 노려보고 있도록 세밀하게 배치한다.
책상이 지저분해도 절대 책은 치우지 않는다.
가끔 먼지만 닦아준다.

지금 내 옆에도 아직 읽혀지지 못한 채 나를 노려보고 있는 수십권의 책이 은행부채처럼 쌓여 있다.
그 눈빛들이 부담스럽기도 하여,
때로는 못이기는 척 한번씩 펴보기도 한다.
목차를 살펴볼 때도 있고 저자의 서두글을 읽어볼 때도 있다.
때로는, 화장실가다가 잠깐 일어선 채로 관심이 가는 책의 한 챕터만 골라서 후딱 읽는 경우도 있다.

어느 책에서인가 읽었는데,
"책을 읽는 것은 그 속에 숨어있는 보물을 찾는 과정이다." 라는 문구에 마음이 쏙 꽃힌 적이 있다.
그 후로 나는 내가 주문하는 모든 책을 보물상자로 생각하기로 했다.

책에서 내 마음을, 내 행동을 긍정적으로 바꾼 단 한줄이라도 만났다면,
그 책은 내게 있어서 이미 발견된 보물 상자이다.
발견된 보물상자에서 보물을 다 건졌다 싶으면, 메모 후 내 뒤의 책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오늘은 내 왼편의 따가운 눈빛들 중 어떤 것을 선택해줄까?
그래.
오늘은 저 놈으로 해야겠다.
나의 간택을 바라면서 수개월 째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 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저 놈.
타죽기 전에 빨리 해치워야지.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은 "독서"라는 것을 "숙제"로 셋팅해두어야만,
그나마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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