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화해법

아내랑 가끔 언쟁을 할 때가 있다.
아내는 충고를 한다지만 내게는 잔소리로 들리는 상황에서 충돌하게 되는데,
그러고나면 한동안 혼자 속으로 툴툴거린다.

'아주 그냥 만만한게 나라니깐... 휴우...'
'내가 없으면 맨날 기죽어 살거면서... 있을 때 잘하라지 !'

한마디하고 싶지만 꾸욱 누르고 시간을 흘려보낸다.
아내 또한 툴툴거리고 있겠지.
이럴 때는 서로가 떨어진 지점에서 각자의 일을 한다.
왔다갔다 바쁘게 빨래, 베란다 청소, 화장실 청소 등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멈춘다.

한 식탁에서 대화없이 아침을 먹은 후,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나는 식탁을 치운다.
그러고는 평소처럼 커피를 내리고 잔을 2 개 준비한 후 함께 먹을 달달한 과자를 접시에 차려놓는다.

창밖을 보며 기다리고 있으면 아내는 설거지를 끝낸 후에 내 앞에 앉는다.
밖을 보니 집앞 소나무위에서 까치부부가 오늘도 열심히 집을 짓고 있다.
벌써 몇일 째 저러고 있다.
연신 물어오는 나뭇가지를 요리 놓았다 조리 놓았다하는 모양이 골똘히 연구하는 건축가같다.

"쟤는 나뭇가지를 너무 긴걸로 가져온 것 같아."
"손발없이 부리로만 일을 하려면 힘들겠다. ㅎㅎ"
"아고, 힘들게 가져온 나뭇가지가 밑으로 떨어졌네. 쯧쯧."

까치부부의 집짓기 얘기로 우리는 화해를 했다.
아내와의 화해는 늘 이런식이다. 이제 싸우는 것조차 귀찮은 나이가 된 것 같기도 하고.
까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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